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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지역 감정

페탕크 Petanque 라고, 프랑스 사람들이 공원에서 많이 하는 게임이 있다. 쇠공을 번갈아가며 던져서 목표 나무 공에 가장 가까이 붙이는 팀이 승리한다. 마르세유에서 유래한 게임인데, 2년에 한번 월드 챔피언십이 열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이다. 회사에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페탕크 월드 챔피언십을 TV 중계로 봤는데 흥미진진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누가 말했다. ”월드 챔피언십? 북마르세유팀이랑 남마르세유팀이 붙은거야?“주변에 있던 파리지앵들이 다 같이 웃었다. 유럽의 다른 나라와 아프리카에서도 출전했다고 하니 그 사람들 다 마르세유 출신이라고 한다. 파리지앵들은 마르세유 사람들을 놀릴 기회가 오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 사실 파리지앵들도 페탕크를 꽤 좋아하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이게..

파리 맛집 - 미슐랭 원스타 멕시칸 레스토랑 OXTE

아마도 (당분간은) 마지막이 될 결혼기념일 파리 미슐랭 레스토랑 방문. 매번 프랑스 요리를 하는 레스토랑을 찾아갔지만, 이번에는 조금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어 멕시코-프랑스 퓨전 레스토랑 OXTE를 예약했다. 멕시코 레스토랑에서 많이 먹어봤던 재료와 요리들이 고급 요리로 변신해서 나왔다. 분명히 익숙한 맛이었지만 뭔가 더 풍부하고 복잡하며, 색다른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디저트를 포함한 모든 요리에 약간의 매운 맛이 더해져 특히 마음에 들었다. 식사를 마칠때쯤 셰프가 직접 테이블로 와서 인사를 했다. 그에게 할라피뇨가 이렇게 맛있는 향신료인줄은 몰랐다고,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고 이야기했다. 셰프는 한국 요리와 멕시코 요리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언젠가 서울에서 멕시코-코리안 레스토랑을 오픈할..

생제르맹앙레 Saint-Germain-en-Laye

파리 교외의 생제르맹앙레에는 12세기에 건설된 성이 있다. 이곳은 프랑스 왕들의 주요 거처 중 하나였으며, 루이 14세가 태어난 장소이기도 하다. 지금은 왕의 사냥터가 울창한 산림 공원이 되었고, 왕의 정원은 주민들이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원이 되었다. 파리에 처음 왔을 때 한 번 가보고 자주 와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몇 년만에야 다시 찾았다. 예전에 아이들이 신나게 놀던 놀이터는 이제 시시한 놀이터가 되어버렸다. 놀이터에서 노는 대신 낙엽을 밟으며 공원을 걸었다.  공원의 동쪽에는 길이가 2km가 넘는 테라스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서면 센강과 라데팡스, 그리고 멀리 파리까지 보인다. 이 테라스는 17세기 말, 루이 14세의 지시로 건설되었다고 한다. ..

파리의 노르웨이 크리스마스 마켓

튈르리 광장과 라데팡스를 시작으로 이번 주부터 크리스마스 마켓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꽃도 단풍도 진 회색빛 거리에 저녁 5시만 되어도 이미 어둠이 내려앉으니, 프랑스 사람들이 11월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기 시작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조금 색다른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고자 검색을 하다가 주말에 파리 근교 베지네 Vesinet 에서 노르웨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는 소식을 발견했다. 2주 전 노르웨이 여행에서 맛있게 먹었던 연어와 순록 고기 핫도그를 판매한다고 해서 찾아가봤다. 노르웨이 교회는 앞뒤로 정원이 있는 2층 주택이었다. 정원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노르웨이 사람으로 보이는 자원봉사자들이 역시 노르웨이 사람으로 보이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파리의 한인교회 바자회에 가면 딱 이런..

PSG 경기 직관, 스타디움 투어

우리 집 큰아들은 축구를 하러 학교에 간다.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고, 방과 후 과정에서 축구를 하고, 주말에는 공원에 가서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한다. 축구 경기를 보는 것도 좋아해서, 챔피언스 리그 경기가 열리는 주에는 경기 결과와 하이라이트를 열심히 찾아본다. 나도 축구 보는 것을 좋아해서 서너 달에 한 번 정도 PSG 스타디움에 경기를 보러 간다. 자주 가면 좋겠지만 티켓 가격이 부담스럽고, 경기가 보통 일요일 밤에 열려서 다음 날 아이의 학교 생활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이 된다. 그래서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경기가 있을 때에만 경기를 보러 간다. PSG는 프랑스 리그에서는 거의 패배하지 않는 최강 팀이고, 요즘 이강인 선수가 활약하고 있어서 항상 재미있게 경기를 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친구가 아들과..

리옹 구시가지 Vieux Lyon, 전통 식당 부숑 리오네 Bouchon Lyonnais

프랑스에 처음 왔을 때는 출장을 가서 혼자 저녁을 먹더라도 꼭 레스토랑에 가서 챙겨 먹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귀찮아지기 시작해 요즘은 패스트푸드로 해결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오늘도 호텔에 들어오니 나가기 싫어졌고, 마침 바로 근처에 있는 KFC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미식의 도시 리옹에 와서 KFC에 가는 건 아닌 것 같아 무거운 몸을 이끌고 구시가지로 나섰다. 리옹 구시가지 Le Vieux Lyon은 리옹 중심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된 곳이다. 과거에는 실크 직물을 생산하는 공방과 이탈리아 상인들의 거주지였으나, 지금은 카페와 상점, 그리고 전통 식당인 부숑 리오네 Bouchon Lyonnais가 자리잡고 있다. 부숑 리오..

파리 방브 벼룩 시장

일요일 아침에 LP를 사러 방브 벼룩시장에 갔다. CD나 LP는 보통 한 장에 1~2유로 판다. 이 정도 가격이면 잔뜩 사게 될 것 같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살만한 것이 별로 없다. 벼룩시장도 시장이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작동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반을 1유로에 팔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작위로 매대에 놓여있는 수백장을 다 뒤져야 살만한 물건이 한두장 나온다. 판매자가 알파벳 순서대로 정리를 해놓으면 찾기 쉬울텐데 절대 그렇게 해놓지 않는다. 슈만 피아노 협주곡이나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을 사러 갔는데 못찾고 다른 음반만 몇 장 샀다. 방브 벼룩시장에는 골동품 가구, 그림, 그릇이 주로 판매된다. 예쁜 커피잔 세트가 보여서 “이거 얼마에요?” 물어봤다. 판매자가 이야기하는 가격의 50%를 젱..

몽마르트 언덕 산책

오랜만에 아내와 몽마르트 언덕에 갔다. 몽마르트는 가면 참 좋은데, 막상 잘 가지 되지는 않는 곳이다. 낮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힘들고, 밤에는 또 너무 없어서 좀 그렇다. 아침에 한번 와봐야겠다 생각을 했지만 실천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파리에서 가장 독특한 매력을 가진 곳은 몽마르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센강, 루브르, 튈르리 공원, 오르세, 샹젤리제 거리 같은 장소들은 유럽의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하지만 몽마르트 같은 곳은 아직 보지 못했다. 광장의 화가들, 빈티지한 카페, 거리 곳곳에서 들려오는 샹송, 벤치에 앉아 있는 연인들, 그리고아틀리에까지, 낭만적인 것들은 다 모아놓았다. 물론 단순히 이런 요소들을 모아 놓는다고 해서 낭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

아빠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

우리 집 탁상달력은 주말마다 빼곡히 채워져 있다. 아내나 내 일정이 아닌 아이들의 일정이다. 주말마다 아이들은 생일파티나 플레이데이트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 아내는 아이들의 일정을 챙기고, 나는 아이들의 운송을 맡는다. 친구 집이나 생일파티 장소에 데려다주고, 시간이 되면 다시 데리러 간다. 두 아이가 모두 약속이 있는 날엔 하루에 네 번씩 차를 몰아야 한다. 파리 시내 교통 환경을 생각하면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가끔은 아이 친구가 합승을 하기도 한다. 뒷자리에서 아이가 친구와 즐겁게 이야기 나누다 “아빠, 우리 노래 틀어도 돼?”라고 물어올 때면 마치 아이들의 전용 택시 기사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이들 덕분에 파리 시내를 자주 다니게 된다. 가끔은 창밖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

빵은 중요하다 - 프랑스 빵 예찬

빵이 너무 맛있다. 레스토랑에 가면 기본으로 주는 빵, 호텔 조식 빵, 회사 식당에서 점심시간에 주는 빵, 회의 때 쉬는 시간에 주는 빵, 카페에서 아침 세트 메뉴로 나오는 빵 다 맛있다. 심지어 슈퍼에서 파는 식빵도 맛있다. 어딜 가나 빵이 맛있는 건, 그만큼 프랑스 사람들에게 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중요했으면 1986년까지 정부가 빵값을 통제했고, 바게트 제조 방법에 대한 법령 baguette de tradition française 이 있어서 허용된 재료만 넣어야 전통 바게트라거 부를 수 있다. 역사적으로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했다가 목이 잘린 분도 있다 (사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최근에는 집 근처 맛있는 빵집이 문을 닫아서 삶의 질이 현격하게 저하되어 이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