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134

노르망디 - 디에프 Dieppe

지수와 약속한대로 여름이 가기 전에 다시 바다에 갔다. 여름 노르망디에 숙소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 호텔 사이트와 공유숙박 사이트를 수시로 드나든 끝에 디에프에 다른 사람이 취소한 숙소를 예약하는데 성공했다. ​디에프는 자갈 해변이라 아이들이 잘 놀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썰물때는 갯벌이 드러났다. 썰물 때마다 바다에 나갔다. 아이들은 모래성을 쌓고 파도를 쫓아다니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이번에도 작은 물고기, 새우, 소라게를 잔뜩 잡아서 관찰했다. 소라게가 모래를 파고 들어가는 건 내가 봐도 신기했다. 윤수가 근처에 있던 동네 꼬마에게 게 잡는 법을 배워왔다. "아빠. 게는 햇빛을 싫어해서 바위 밑에 숨어있어. 그래서 바위 밑을 뒤지면 많이 나와." "아까 형이 ..

노르망디 - 울가트 Houlgate

7월 마지막 주 금요일 오전. 프랑스인 동료들과 화상 회의를 했다. 일 이야기는 순식간에 끝나고 다들 여름 바캉스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동료가 주말에 뭐하는지 묻길래 이 회의가 끝나면 울가트에 간다고 이야기했다. 노르망디에서 회의에 참석한 동료가 환호했다. "브라보! 울가트 정말 좋아. 붐비지도 않고 깨끗하고 바다도 예쁘지. 도빌, 까부르 그런데는 파리 사람들이나 가는 거야. 우리 노르망디 사람들은 울가트에 가." 파리에서 2시간을 조금 넘게 달려 울가트에 도착했다. 노르망디 사람 말 대로 근처 도빌 보다 훨씬 작고 조용했다. 한여름의 바다라고 하기에는 정말 한산했다. 주말 내내 날씨가 궂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울가트에 온 주목적은 수렵 채집 활동이다. 2박 3일 동안 매일 갯벌에 나가 게와 조개를..

노르망디 - 도빌, 트루빌, 까망베르

도빌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해서 놀이터에도 잘 안가는 집돌이 지수가 어쩐 일인지 바다에 모래놀이 하러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급하게 노르망디 여행을 계획했다. 모래 놀이가 목적이니 넓은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도빌 Deauville에 갔다. 도빌 해변의 모래사장은 길이가 3km가 넘고 폭이 가장 넓은 곳은 300m나 된다. 모래사장을 한참 걸어야 바닷물에 발을 담글 수 있었다. 해변에 나온 사람들은 모래 놀이를 하고, 연을 날리고, 축구를 하고, 도시락을 먹고. 요가를 하고, 말을 탔다. 더러는 바다에 들어가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발이 시리도록 물이 차가운데도 맨몸이었다. 모래가 곱고 깨끗하고 바닷물도 깨끗해서 아이들이 놀기 좋았다. 도빌에 머무르는 사흘 동안 매일 바다에 나가 모래성을 쌓고 조..

노르망디 - 에트르타, 옹플레르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노르망디는 초록색 평원, 자갈 해변, 그림 같은 해안 절벽 등 아름다운 자연을 자랑하는 곳이다. 파리에서 가까워 파리 사람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기도 하다. 우리 가족도 주말마다 노르망디로 여행을 자주 다녔다. 특히 비 필수 업종은 모두 문을 닫고 엄격한 거리두기를 시행했던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는 노르망디의 해변이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좋은 놀이터가 되어 주었다. 에트르타 파리에서 노르망디로 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파리를 벗어나면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넓은 들판, 초록 평원, 작고 예쁜 마을들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고속도로를 타고 그냥 휙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풍경이라 중간중간 국도로 빠져나와 시골길을 달린다. 에트르타는 하얀 석회..

바스크 - 바욘 Bayonne, 포 Pau

바욘 Bayonne 바욘은 바스크 지방의 수도이자 매년 여름 세계적인 규모의 바스크 축제가 열리는 도시이다. 도시 인구 중 바스크인의 비율이 40% 이상이고, 이들이 바스크 문화를 소중하게 간직해오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바스크 여행의 마지막 날에는 바욘의 바스크 박물관에 가서 바스크 문화를 공부해보기로 했다. 계획은 그럴싸했으나 바욘에 간 날은 공휴일이었다. 바스크 박물관은 문을 닫았다. 대신 아두르 강변의 바스크 식당에서 매운 고추가 들어간 바스크 요리를 찾아 먹고 구시가지 산책을 했다. 스테이크 굽는 냄새, 수프 냄새, 빵 냄새, 초콜릿 냄새가 도시 전체에 둥둥 떠다녔다. 밥을 먹고 나왔는데도 먹고 싶을 만큼 맛있는 냄새였다. 바욘은 프랑스에서 초콜릿이 가장 먼저 생산된 곳이라 초콜릿으로도 유명하다..

바스크 - 산세바스티안

바스크 지방은 스페인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맞은편 스페인 쪽도 역시 바스크 지방으로 한 문화권이다. 남쪽 끝까지 내려온 김에 스페인에 가보고 싶어서 스페인 바스크의 대표 도시 산세바스티안에 다녀왔다. 산세바스티안은 미식의 도시로 유명하다. 멋진 레스토랑에 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으나 해변에서 모래놀이를 하고 아쿠아리움 구경을 하다가 점심 때를 놓쳤다. 구시가지의 맛있어 보이는 식당들은 모두 빈 자리가 없었다. Constitución 광장에 있는 누가 봐도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타파스 바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타파스를 이것저것 시켜 봤는데 역시나 그저 그랬다. 아이들이 시킨 버거는 정말 맛이 없어서 아이들이 '스페인은 버거를 잘 못한다'는 편견을 갖게 되었다. 감자튀김이 그나마 제일 맛있어서 배는 채..

바스크 - 생장드뤼즈 San-Juan-de-Luz

비아리츠에서 사흘을 보내고 조금 더 한적한 곳을 찾아 생장드뤼즈에 갔다. 비아리츠보다 좀 더 바스크 색채가 강하고 예쁜 마을이었다. 항구, 시장, 해변, 교회가 골목길로 이어져 있고, 길을 따라 붉은 지붕과 붉은 덧창의 바스크 식 집들이 늘어 서있다. 마을 중심에 있는 Saint-Jean-Baptiste 교회는 루이14세와 스페인 공주 마리 테레즈가 결혼식을 올린 곳이다. 교회 양쪽 벽면에도 층층이 신도들이 앉을 수 있는 갤러리가 있는 것이 특이했다. 교회 천장은 나무로 지어졌고, 가운데 배가 한 대 매달려 있다. 항구 도시의 교회답다. 생장드뤼즈의 해변은 파도가 작아 아이들이 놀기 좋았다. 모래성을 만들고, 나뭇가지로 모래에 그림을 그리고, 해변으로 떠밀려온 해초를 건지고, 파도와 잡기 놀이를 하며 시..

바스크 - 비아리츠 Biarritz

프랑스 사람에게 프랑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많이 받는다. 보통은 지방마다 특색이 다 달라서 재미있다고, 그래서 여행을 많이 다닌다고 대답을 한다. 그러면 프랑스 사람은 "맞아요!" 하고 맞장구 치며 문화, 언어, 풍경, 집, 음식, 술, 사람까지 다른 점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남서쪽의 바스크 지방은 그 중에서도 정말 많이 다른 곳이다. 바스크의 해안 도시 비아리츠에 도착하니 도로표지판에 프랑스어와 같이 적혀 있는 바스크어가 먼저 눈에 띄었다. 바스크어 신문과 잡지도 보였다. 공공기관 홈페이지에도 바스크어 서비스를 한다고 하니 사투리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하나의 언어로 봐야 할 것 같다. 비아리츠 중심부의 집들은 대부분 하얀색 벽과 주황색 지붕에 적색 혹은 녹색 덧창을 달고 있었다. 바스크 ..

생말로 2

노르망디와 브르타뉴는 2차 대전 때 유럽 본토에 상륙하려는 연합군과 이를 저지하려는 나치가 치열하게 싸운 격전지다. 그래서 당시의 흔적을 보존한 박물관과 사망한 병사들을 기리는 추모비가 많다. 생말에 있는 전쟁기념관 MEMORIAL 39-45도 그중 하나다. MEMORIAL 39-45에는 독일군이 건설한 해안 벙커가 남아있다. 생말로 전투의 기록을 전시해 놓은 기념관은 아쉽게도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았다. 하지만 야외 전시물 만으로도 전쟁의 참상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반으로 갈라진 대공포, 형편없이 뜯겨 나간 시멘트 벽, 그리고 가장 압권은 철제 벙커 뚜껑에 남아 있는 수많은 포탄의 흔적들이었다. 벙커를 공격하던 연합군은 얼마나 많이 희생당했을까? 벙커 안에 있던 병사는 이렇게 많은 공격을 받는 동안 ..

생말로 1

프랑스의 북서쪽 해안 지방을 프랑스어로는 브르타뉴 Bretagne, 영어로는 브리타니 Brittany라고 부른다. 바다가 만든 거친 풍경과 과거 오랜 세월 동안 프랑스와 분리되어 독립 왕국을 유지하면서 만들어진 지역적 색채가 매력적인 곳이다. 생말로는 브르타뉴 Bretagne 지방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항구도시다 호텔에 짐을 풀고 바로 바다로 나갔다. 날씨가 흐리고 바람도 많이 불었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모래사장을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지수는 바위에 붙은 따개비를 발견하고는 바지를 걷어 올리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손이 시릴 만큼 물이 찬 데도 한참을 놀았다. 집에 가자고 이야기를 해도 들리지도 않는 것 같다. 지수가 물에 빠져 옷이 완전히 젖는 바람에 겨우 호텔에 돌아올 수 있었다. 생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