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134

크리스마스 마켓 - 스트라스부르 & 오베르네

스트라스부르는 Capitale de Noël, 크리스마스의 수도라고 불린다. 11월 말이 되면 프랑스의 모든 도시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지만 그중에서도 스트라스부르가 가장 유명하다.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은 1570년에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도시의 모든 광장에 마켓이 열리는데 이를 위해 ‘그랜드 일’ 지역은 자동차의 출입이 통제되고 전체가 보행자 거리가 된다. 마켓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클레베르 광장에는 높이가 30m가 넘는 거대한 트리가 들어선다. 작년에는 코비드 때문에 마켓이 취소되어 가지 못하고, 올해는 1박 2일로 다녀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켓답게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프랑스어뿐만 아니라 독일어, 영어, 이탈리아어, 중국어, 한국어, 온갖 언어들이 들렸다. 구시가지 ..

루앙 & 몽생미셸

프랑스의 10월 마지막 주는 toussaint 방학 기간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프랑스에서 처음 맞는 방학이었다. 공휴일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방학을 하니 부모들도 휴가를 내고 여행을 많이 간다. 우리는 루앙 Rouen과 몽생미셸 Mont-Saint-Michel 을 거쳐 생말로 Saint-Malo로 여행을 다녀왔다. 루앙 루앙에 간 목적은 모네의 연작 그림으로 유명한 노틀담 대성당을 보기 위해서다. 노틀담 대성당 안에는 2차대전때 처참하게 파괴된 성당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왜 이렇게 된 건지 물어봐서 전쟁 때 독일군이 파괴했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사람들이 수백 년에 걸쳐 건설한 성당이 불과 몇일만에 무너져 내렸다고. 나중에 집에 와서 유럽 역사 책을 읽다가 설명을 잘못한 것을 알게 되었다. ..

일드레 4, 라로셸

어린이 고객 님들이 전날 바다에서 두 번이나 놀았지만 '잡을 것'이 없어서 아쉬웠다고 컴플레인을 했다. 숙소 근처의 해변은 모래사장이라 간조 때 물이 빠져도 게나 새우 같은 바다 생물들이 없었던 것이다. 어린이 고객님의 컴플레인을 받아들여 바다 생물들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봤다. 이틀 전 생태관찰선생님과 갔던 바다에 écluse à poissons 라고 부르는 구조물이 있었다. 바위 해변에 허리 높이로 돌 벽을 쌓아 놓았는데, 만조 때 들어온 물고기가 간조 때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혀서 쉽게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시설이 잇는데 독살이라고 부른다. 독살이 있는 곳이라면 바다 생물이 있을 것 같았다. 구글맵에서 찾아보니 숙소에서 10분 거리 Sainte-Marie-de-Ré에 독살이 있..

일드레 3

아침을 먹고 바다에 나갔다. 이 날은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그래서 윈드서핑과 카이트 서핑을 즐기는 서퍼들이 많았다. 카이트에 바람을 가득 담고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2~30대가 대부분이었지만 60대로 보이는 젊은 형님들과 백발의 할아버지도 있었다. 60대가 되어도 바람이 불때마다 설레는 가슴으로 보드를 들고 바다에 나갈 수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울산에 살 때 윈드서핑을 배워본 적이 있다. 보드에 올라서 균형을 잡고 세일을 끌어올려서 잡는 데만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힘겹게 세일을 잡아도 물에 빠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래도 바람을 받아 앞으로 보드가 나아갈 때는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바람이 부는 바다에 다시 살게 된다면 카이트 서핑을 배워..

일드레 2

일드레로 여행을 떠나기 전 섬 관광안내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다양한 액티비티가 소개되어 있었다. 간조시간에 바다생태전문가와 함께 갯벌에 나가 바다 생물들을 관찰하는 '간조 사파리 Safari à marée basse'가 눈길을 끌었다. 아이들이 갯벌에서 게, 조개, 새우를 잡는 것을 좋아하니 이번 기회에 선생님한테 더 자세히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어로 진행되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못 알아들어도 생물들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아 등록을 했다. 약속 장소는 일드레 섬의 끝 '고래 등대'였다. 등대 이름에서 이곳이 포경선이 드나드는 항구였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 말고도 10여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오늘의 가이드 에르베 Hervé 선생님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테라스..

일드레 1

야간 침대기차를 타고 프랑스 남부 카르카손과 콜리우흐에 가는 멋진 여름 휴가 계획을 세웠지만 갑자기 생긴 출장 때문에 취소를 해야 했다. 그렇다고 여름을 그냥 보내기는 아쉬워 4박 5일의 짧은 일정으로 일드레 Île de Ré로 여행을 떠났다. 일드레로 가는 길에 앙제 Angers에 들러 앙제 성을 방문했다. 앙제 성은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루아르 강변의 다른 성들과는 달리 매우 투박한 모습이다. 2.5m 두께의 벽과 17개의 거대한 타워가 보는 이에게 위압감을 준다. 중세 시대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때 프랑스 왕보다 더 많은 땅을 다스렸던 앙주 Anjou 공작의 힘을 보여주는 듯하다. 앙제 성에는 14세기에 제작된 140m 길이의 거대한 타피스트리가 보관되어 있다. La tenture de l’Apo..

일곱째날 Gourdon - Rocamadour - Collonges-la-Rouge

도르도뉴 여행 마지막 날은 옆 지방 LOT에 들리기로 했다. 아내와 먼저 아침을 먹고 아이들은 잠든 채로 안아서 차에 태웠다. 크리스틴이 가는 길에 아이들 주라고 아침을 챙겨주었다. 빵에 잼을 발라 하나씩 비닐로 싸고, 요구르트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으로 하나씩 같이 들어 있었다. 할머니 마음은 국적에 상관없이 똑같다. 1시간도 가지 못해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나서 멀미를 했다. Gourdon이라는 마을에 차를 세우고 교회 옆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크리스틴이 싸준 빵을 먹었다. 배고픈 길고양이 한 마리가 주변을 기웃거려서 빵을 나눠주고 같이 놀았다. Gourdon은 성벽으로 둘러 쌓인 요새 마을이었다. 마을 중심에 교회가 있고 그 주변으로 골목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작은 정원들이 많아서 산책하기 좋았다..

여섯째날 Castelnaud-la-Chapelle 성, 도르도뉴 강 물놀이, Marqueyssac 정원

이 날은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물놀이를 하게 해주기로 했다. 오전 내내 숙소 수영장이서 놀았다. 옆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던 필립이 "와! 브라보! 멋지다!” 오버 리액션을 해주었다. 아이들은 더 신이 나서 물에 뛰어들었다. 우리 아버지가 아이들과 놀아주는 모습과 똑같아 웃음이 나왔다. 필립과 크리스틴은 둘 다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둘은 우리에게 도르도뉴에 대해 알려주고 싶은 것이 많고, 우리는 어제 어디 갔는지 이야기하고 싶은데 말이 안 통해 서로 답답했다. 일주일 동안 가족관계, 하는 일, 프랑스에 온 이유, 고향 같은 왕초보 프랑스어 수준의 이야기밖에 못했다. 프랑스에 온지 1년이 지났는데 이런 수준이라니, 부끄럽다. 오후에는 Castelnaud-la-Chapell..

6. 무스티에 생뜨마리, 생크로와 호수

혼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산책을 나갔다. 전날 저녁 올라가다가 포기한 바위산 위의 Chapelle Notre-Dame-de-Beauvoir 교회에 갔다. 경사가 가팔랐지만 마을에서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올라가는 길에 돌아보니 생크루아 호수가 보였다. 에메랄드 빛 물이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Notre-Dame-de-Beauvoir 교회는 12세기에 처음 지어졌고, 16세기에 증축이 되었다고 한다. 교회의 입구 쪽 창문으로만 해가 들어오는데 조명도 전혀 없어서 실내가 매우 어두웠다. 그 옛날 왜 이렇게 높은 산 위까지 돌을 날라서 교회를 지었을까? 당시 사람들에게 신의 의미는 지금과 완전히 달랐을 것이고, 나는 종교인도 아니니 그 이유를 짐작도 하기 힘들다. 금요일은 무스티..

5. 발랑솔

라벤더를 보러 발랑솔에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는데 이제야 발랑솔로 향한다. 발랑솔부터는 리옹에서 일하는 한국인 동료의 가족과 합류했다. 동료의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과 같은 또래라 만나면 같이 잘 논다. 아이들이 잘 놀면 부모들도 더 편하게 쉴 수 있으니 모두가 좋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한국말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그립기도 하다. 발랑솔에 도착해서 화장품 회사 록시땅의 공장에 들러 공장 투어를 했다. 화학 공장을 관리하는 일을 하다 보니 다른 업계의 공장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아이들도 기계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좋아할 것 같았다. 원료 도입부터 배합, 제조, 포장까지 전 과정을 참관할 수 있었다. 화장품에 주로 사용되는 꽃에 대한 설명도 많이 들었고 중간에 화장품 테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