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134

피에르퐁 성 Château de Pierrefonds

회사 동료가 파리 근교에 멋진 성이 있다고 추천을 해줘서 가봤다. 피에르퐁 성은 12세기 건설되었으나 성주가 왕에게 반역을 하여 멸망하고 성도 폐허가 되었다. 방치된 성을 나폴레옹 3세가 재건한 것이 지금 모습이라고 한다. 성을 둘러보고 성 아래 호숫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코로나로 레스토랑 영업이 중단된 후 거의 일 년 만에 외식이다. 아이들이 신이 났다. 점심을 먹고 호수에서 뱃놀이를 하다가 물오리 둥지를 발견했다. 암컷이 알을 품고 있는 동안 수컷이 나뭇가지를 물어와 둥지 보수를 했다. 우리 가족 모두 넋을 잃고 지켜봤다 성 근처에는 로마 시대의 유적지도 있었다. 거의 다 무너지고 벽체 일부만 남은 교회와 역시 기초만 남아있는 원형극장이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만지면 안 되는 것과 들어가면 안 되는 곳..

트루아 Troyes

'holy city of stained glass'라고 불리는 트루아. 작은 도시 안에 교회와 성당이 10개가 있다. 교회마다 스테인드 글라스의 특색이 다 달라서 모두 가봐도 지루하지 않다고 한다. 실내 조각이 예술이었던 Église Sainte-Madeleine,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다운 Basilique Saint-Urbain, 웅장한 Saint-Pierre Saint-Paul 대성당까지 보고 아이들은 "성당은 이제 그만"을 외쳤다. 억지로 끌고 다니는 것은 아이들도 부모도 힘든 일이니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해 준다. (아이들이 보기에는) 다 똑같은 교회 구경은 이제 그만하고 시청 앞 광장 카페에서 와플을 하나씩 사줬다. 나는 샹파뉴에 왔으니 샹파뉴 치즈 Chaource를 먹었다. 부드럽고 향도 강하지..

페루즈 Pérouges

언덕 위에 세워진 마을 Pérouges는 중세 시대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서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우리 회사 공장에서 멀지 않아 한국에서 출장자들이 왔을 때 시간이 남으면 종종 같이 방문을 한다. 이번에는 가족과 알프스에 가는 길에 들렀다. 돌길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가게가 있으면 구경했다. 페루즈에는 공방이 많았다. 나무 공예가, 스테인드글라스 공예가, 화가의 작업장 겸 판매장에 들러서 작업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기념품을 샀다. 마을의 Auberge Du Coq 레스토랑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고 있어서 따듯했다. 식당은 연말을 맞아 가족과, 친구와 식사를 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 찼다. 파리에서는 느끼기 힘든 시골 레스토랑만의 분위기가 있다. 주변의 ..

프로뱅 Provins

토요일 아침. 거의 일주일 만에 해가 떴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앞으로도 일주일 동안 내리 비가 온다고 한다. 기회가 있을 때 햇볕을 쬐러 나가야 한다. 에트르타, 퐁텐블로, 바르비종 파리 근교에 갈만한 곳을 검색하다가 지수 친구네가 프로뱅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따라나섰다. 프로뱅의 구시가지는 11세기 요새 도시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었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던 성벽에 먼저 올라가 봤다. 성 안쪽에는 마을이, 밖으로는 초원이 펼쳐진다. 성벽은 12세기에서 14세기에 걸쳐 지어졌다고 한다. 그 옛날 왜 이렇게 높은 성을 쌓아야만 했을까? 성에서 내려와서 마을에 들어갔다. 30분이면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작지만 예쁜 마을이었다. 프랑스 어디를 가나 마을 가운데 광장이 있..

안시 Annecy

알프스 스키장에서 휴가를 보내고 집에 가는 길에 안시에 들렀다. 겨울의 안시 호수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아이들은 호숫가에서 돌을 던지고 모래 장난을 했다. 호수 건너편 눈 덮인 알프스 산자락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았다. 점심을 먹으러 구시가지 Vielle Ville에 갔다. 에메랄드빛 물이 흐르는 운하를 따라서 파스텔 색으로 칠한 예쁜 집들이 늘어서 있다. 16세기에서 17세기에 걸쳐 지어진 오래된 집들이라고 한다. 집 사이의 좁은 골목길과 운하 위에 놓인 돌다리는 관광객들이 붐볐다. 성당 앞에 조성된 크리스마스 마켓에 먹을거리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겠다고 하여 사부아 음식을 하는 식당에 갔다. 알프스를 떠나기 전이 마지막으로 라끌렛을 한번 더 먹었다. 치즈가..

샤르트르 Chartres

매일 밤 샤르트르 Chartres의 주요 유적지들은 빛으로 된 옷을 입는다. 샤르트르 대성당과 바로 옆 미술관에는 건물 외벽에 비춘 영상과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이 펼쳐진다. 그 외에도 다리, 교회, 거리 곳곳에 화려한 조명을 비춘다. 오후 늦게 샤르트르에 도착해서 호텔에서 저녁을 먹고 밤 9시, 조명이 켜지는 시간에 맞춰 나갔다. 샤르트르 대성당 외벽에 프랑스의 과거와 오늘을 주제로 한 영상을 비추고 있었다. 별로 기대 안 했는데 막상 보니 정말 대단했다. 아이들도 우와! 우와! 탄성을 지르면서 봤다. 성당의 서쪽은 빛으로 건물을 채색해 놓았다. 수많은 조각상들이 모두 색색의 옷을 입었고 얼굴 표정과 머리카락까지 표현해 놓았다. 조명 옷이 그림을 그려놓은 것처럼 선명했다. 빛 공연이 있는 장소들을 찾아 ..

Chateau de Maintenon 맹트농 성

루이 14세가 정부였던 맹트농 부인에게 하사했다는 맹트농 성. 그동안 가본 다른 성에 비하면 규모가 작았지만 그래서 정말 사람이 살던 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성 안에 17세기에 사용되었던 가구와 의복들도 전시되어 있다. 크기가 요즘으로 치면 유아용품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25세기 사람들이 내 옷을 보면 유아복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인류는 이제 클 만큼 컸을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성에 딸린 정원에서 간식을 먹고 곤충도 잡고 송사리도 잡으면서 놀았다. 정원 건너편에는 루이 14세가 베르사유 궁전으로 물을 끌어가기 위해 만들던 수도교의 흔적이 남아있다. 베르사유 궁전까지 거리가 50km는 될 텐데, 이건 좀 너무한 것 아닌가. 수도교를 건설하기 위해 동원된 사람이 몇 명인지 이야기를 듣던 아..

2022 알프스 스키 여행 - 알프스 음식

알프스 산맥이 있는 사부아 Savoie 지방의 음식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치즈'다. 알프스에서는 치즈를 녹여 먹고 구워 먹고 덮어 먹고 긁어 먹는다. 스키장 근처의 모든 식당이 똑같이 오래된 스키가 벽에 매달려 있는 산장 분위기로 꾸몄다. 메뉴도 똑같다. 치즈나 소시지 혹은 둘 다 들어간 요리에 감자와 샐러드를 곁들여서 먹는다. 일주일 동안 똑같이 생긴 식당에서 똑같은 메뉴를 읽는 것은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알프스에서는 이런 하드코어 메뉴가 용인되는 것 같다. 레스토랑에 가면 다들 즐겁게 치즈의 다양한 변형을 즐기고 있었고,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신기하게도 치즈가 매일 먹어졌다. 알프스 레스토랑. 모두 이렇게 생겼다. 퐁듀 남은 치즈 조각들을 처리하기 위해 개발된 요리다..

2022 알프스 스키 여행 Domaine les sybelles

프랑스에서 맞는 세 번째 겨울. 이번에도 스키 여행을 떠났다. 프랑스에서는 겨울 방학이 12월에 크리스마스 방학 2주, 2월에 겨울 방학 2주가 있다. 보통 스키 여행은 보통 2월 방학에 간다. 이때가 12월보다 눈이 많고 날씨도 더 좋기 때문에 스키 타기에는 훨씬 좋다. 하지만 그만큼 숙박비도 강습료도 비싸다. 그래서 우리는 12월에 스키를 타러 갔다. 우리가 간 스키장은 Domaine les sybelles로 프랑스에서 4번째로 큰 중간 정도 규모의 스키장이다. 가장 높은 곳의 해발고도가 2620미터에 슬로프가 136개나 있는데도 빅 3에 끼지 못한다. Domaine les sybelles에는 6개의 스키 리조트가 연결되어 있는데, 우리는 그중에서 La Toussuire에 갔다. Lagrange Va..

지베르니 Giverny

모네의 정원으로 유명한 지베르니에 다녀왔다. 지베르니는 파리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탈 수도 있지만 한여름에 아이들과 가기에 적당한 방법은 아니다. 차를 하루 렌트해서 가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되어 모네의 정원에 도착했다. 예약 시간보다 1시간 가까이 늦게 도착해서 입장을 못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아무 문제없었다. 평일 오전에, 예약 입장만 가능한데도 여름휴가 시즌이라 사람이 많았다. 모네의 정원은 정말 예뻤지만 아이들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덥다, 목이 마르다, 개구리가 없다, 배고프다 계속 칭얼대는 통에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아빠도 초록이 얼마나 좋은 건지 알게 된 건 얼마 전인데 너희들한테 정원을 느끼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겠지. 다음에 너희들 학교 갔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