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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베르니 Giverny

올 여름 지베르니에 갔다가 기념품샵에서 '지베르니의 사계절' 사진책을 본 아내가 말했다. "여기 매 계절마다 왔어야 했는데!" 사진 속 지베르니는 계절마다 다른 모습이었다. 봄에는 튤립이 피고 등나무 꽃이 일본식 다리 주변을 덮는다. 여름에는 가장 많은 꽃이 피어서 화려하고, 가을에는 정원이 금빛과 붉은색으로 물든다. 겨울에는 잠들어 있는 듯한 연못 위로 눈이 덮여 있었다.  그래서 가을의 지베르니를 다시 찾아갔다. 모네의 집을 덮은 담쟁이 덩굴은 붉게 변했고, 연못 주변의 나무에도 단풍이 들었다. 정원에는 여름에 왔을 때 피어있던 꽃들은 모두 지고, 대신 보라색 꽃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가을 꽃은 여름 꽃보다는 작고 수수했지만 단풍과 잘 어울렸다.  정원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지베르니 인상주의 미술..

로렌 미군 묘지 Lorraine American Cemetery

가끔 출장을 가는 Saint-avold라는 작은 마을에 미군묘지가 있다. 매번 그냥 지나치다가 이번 출장 때 처음으로 들어가봤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사방으로 펼쳐진 십자가의 행렬에 깜짝 놀랐다. 이정도로 큰 규모일지는 상상도 못했다. ​ 여기 묻혀 있는 병사는 10,489명으로 모두 2차대전 때 로레인 지방에서 숨졌다고 한다. 십자가마다 병사들의 이름, 소속, 고향, 사망일이 적혀 있었다. 묘지 가운데 서니 만명이 얼마나 많은 수인지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 기념관에는 로레인 지방에서 벌어졌던 전투들을 설명하는 대형 전시물들이 있었다. 독일과의 국경인만큼 전투가 치열했고 사망자도 많았다. 그래서 알자스로레인 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공원묘지를 많이 보게 된다. ​ 2차대전의 사망자는 6천만명 정도로 추..

루브르 박물관 Sully관 308호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항상 이란의 유물이 전시된 SULLY관 308호를 찾는다. 내가 지금까지 여행을 가본 나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이란이다. 페르시아의 수도 페르세폴리스에 갔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설렌다. 루브르의 이란 전시실에 들어서면 이란 여행의 추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 이곳에는 이란의 고대 도시 수사에서 가져온 유물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다. 수사는 기원전 4천년 엘람인들이 건설한 도시다. 기원전 5세기경, 페르시아 제국의 황금기를 통치한 다리우스 1세가 이곳에 거대한 궁전을 건설하였다. 하지만 페르시아 제국은 겨우 2세기 밖에 가지 못하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 정복당한다. 그 후 수사 궁전은 파괴되고 잊혀져 사막의 모래 속에 묻힌다. ​ 궁전은 천년이 넘게 흐른 뒤1884년부터..

미슐랭 레스토랑도 할인이 되나요? - Table Bruno Verjus

파리에 온 이후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아내와 함께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는다. 사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정통 서비스를 온전히 누리려면 저녁에 가야 하지만, 아이들 때문에 저녁엔 갈 수가 없다. 게다가 보통 점심 메뉴가 저녁보다 훨씬 저렴해서, 단품 메뉴를 100유로 정도에 즐길 수 있다. 여전히 매우 부담되는 가격이지만, 미식의 도시에서 살고 있으니 1년에 한 번쯤은 사치를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 합리화할 만한 수준이다. 결혼 11주년 기념일에는 Table Bruno Verjus를 예약했다. 해산물을 중심으로 한 모던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오픈 키친 구조라 셰프와 주방 팀이 요리하는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어 흥미로울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레스토랑에 도착해 메뉴를 보고 당황했다. 메뉴판에..

파리 패럴림픽

내가 사는 도시에 올림픽이 열리는 행운이 찾아왔다. 올림픽 경기는 티켓 값이 너무 비싸서 몇 경기 못봤지만, 대신 패럴림픽 경기에 많이 찾아갔다. 올림픽 경기보다 훨씬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있지만, 패럴림픽 경기에 대한 궁금증도 컷고, 올림픽만큼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파리 올림픽은 비용을 절감하고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경기장을 건설하지 않는 방침을 세웠다. 대신 시내 광장에 임시 경기장을 설치하거나, 대형 전시장을 경기장으로 개조해서 사용했다. 그래서 에펠탑 스타디움, 앵발라드 스타디움, 그랑팔레 스타디움 같은 멋진 경기장들이 탄생했다. 랜드마크 경기장들은 패럴림픽 기간에도 빈자리를 찾기 힘들만큼 많은 관중들이 찾았다.  패렬림픽 경기는 올림픽 경기와 분위기..

파리 소르본 대학 견학, 유럽 문화유산의 날

1년에 한번 있는 유럽 문화유산의 날에는 평소에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는 유적지나 공공기관, 역사적 건물이 무료로 공개된다. 엘리제궁이나 국회의사당 같은 주요 기관 뿐만 아니라 동네 시청까지 다양한 곳에 방문할 수 있다. 우리는 올해 소르본대학교에 가보았다. 먼저 Pierre and Marie Curie Campus 를 방문했다. 이곳은 캠퍼스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과학 학과들이 모여있는 캠퍼스다. 1970년대에 설립되어 고풍스러운 메인 캠퍼스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광물박물관을 방문하려고 했으나 오후에나 문을 연다고 해서 대신 지질학과 도서관을 방문했다. 화산과 바다에 대한 책, 고지도를 구경하고 엽서와 책갈피를 선물로 받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캠퍼스에는 학생들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게시판..

장미 마을 제르베루아 Gerberoy

파리에서 1시간 반 가량 떨어진 작은 마을 Gerberoy 제르베루아는 장미 마을로 유명하다. 장미 시즌에는 집집마다 장미가 화사하게 피어 마을 전체가 장미 정원으로 바뀐다. 마을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주민들이 예쁘게 가꾼 정원과 돌담을 구경했다.  후기인상파 화가 앙리 르 시다네르 Henri Le Sidaner가 만든 정원에도 방문했다. 르 시다네르는  폐허가 된 시골집을 구매하여 정원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는 본인이 직접 설계하고 가꾼 이 정원에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다양한 꽃이 피어있는 화단과 작은 연못, 화가의 아뜰리에를 볼 수 있다.  마을에는 예쁜 카페와 식당이 많이 있었지만 빈 테이블이 없었다. 미리 예약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서둘러 마을을 ..

노르망디 - 옹플뢰르 Honfleur, 에트르타 Etretat

카부르에서 40분 정도 이동해서 옹플뢰르 Honfleur에 도착했다. 옹플뢰르는 센강 하구에 위치한 작은 항구 도시다. 중세에는 대서양으로 나가는 거점 항로 북적였지만 르아브르에 새 항구가 건설된 후 쇠퇴하였다. 덕분에 옹플뢰르는 중세시대 노르망디 항구의 모습을 유지하게 되었고 이제는 사랑받는 여행지가 되었다.  먼저 옹플뢰르의 중심부에 있는 옛 항구를 찾았다. 항구 주변을 좁고 긴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다. 높이도, 색도 제각각인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인상 깊다. 항구에는 요트들이 정박해 있고 건물 1층의 레스토랑과 카페는 관광객들이 채우고 있다.  구시가지의 골동품 가게와 갤러리들을 구경하고 생트 카트린 교회 Église Sainte-Catherine)를 방문했다. 나무로 지어진 이 교회..

노르망디 - 카부르 Cabourg

지베르니에서 카부르 Cabourg로 이동했다. 카부르는 도빌과 함께 노르망디의 대표적인 해변 휴양지이다. 19세기 후반 벨 에포크 시대부터 인기 있는 관광지로 자리 잡았고, 그래서 그 시절의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바로 해변으로 갔다. 피곤하기도 하고, 바람이 차니 추워서 나가기 싫다는 아이들을 산책만 하자고 달래서 데리고 나갔다. 아이들은 물이 빠진 해변을 보고 마음이 금세 바뀌었다. 잠자리채를 들고나가 물이 고인 곳을 찾아다니며 새우를 잡았다. 해가 질 때까지 모래놀이를 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오전 간조 시간에 맞춰서 바다에 갔다. 카부르에는 바다 생물들이 별로 없어서 옆동네 울가트 Houlgate에 갔다. 울가트의 해변에는 조개가 많다. 어린이들이 조개 수확을 너..

노르망디 - 지베르니 Giverny

동생이 1주일 동안 파리에 다녀갔다. 파리에만 있기에는 긴 기간이라 노르망디로 2박 3일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1일 차 지베르니 Giverny - 카부르 Cabourg2일 차 카부르 Cabourg3일 차 카부르 Cabourg - 옹플레르 Honfleur - 에트르타 Etretat 파리에서 80km 떨어져 있는 작은 마을 지베르니는 클로드 모네의 정원으로 유명하다. 클로드 모네는 1883년 지베르니에 정착한 뒤 숨을 거둘 때까지 43년 동안 이곳에서 많은 작품을 창작했다. 지금은 클로드 모네 재단에서 그의 집과 정원을 보존하고 박물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원 입구로 들어가면 모네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수련 시리즈가 탄생한 연못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연못가에는 꽃이 피어 있고, 주변에 심어진 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