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134

브르타뉴 - 반 Vannes, 렌 Rennes

키브롱의 아름다운 바다를 떠나 반 Vannes으로 이동했다. 내비게이션에 반 구시가지의 주차장을 목적지로 지정하고 갔는데 경찰이 길을 통제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이동했다. 시내에서는 100여명의 성소수자 축제 참가자들이 무지개 깃발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었다. 축제 참가자들도, 다른 시민들도, 통제하는 경찰들도 평화롭고 즐거운 분위기였다. 이번 기회에 아이들에게 성소수자가 무엇인지 설명을 해주었다.  둘째가 전날부터 자외선 때문에 안구 화상을 입었는지 눈이 아프다고 했다. 반에 간 날은 한여름처럼 해가 뜨거워 선글라스를 먼저 사기로 했다. 눈이 아프다고 울면서도 마음에 드는 선글라스가 나올 때까지 안경 가게를 찾아다녔다. 세 번째 가게에서야 마음에 드는..

브르타뉴 - 벨일앙메르 Belle-Île-en-Mer

벨일앙메르 Belle-Île-en-Mer는 키브롱 반도에서 14km 떨어진 섬이다. 이름이 '바다 위의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으로, 보통 줄여서 벨일이라고 부른다.  키브롱항에서 벨일까지는 페리로 40분 정도 걸린다. 페리 예매를 하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다 세일 보트로 벨일을 왕복하는 Iliens라는 업체를 찾았다. 시간은 페리보다 두 배가 걸리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여기로 예약을 했다. 배는 오전 10시에 키브롱항에서 출발했다. 항구를 벗어나 돛을 올리니 배가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Iliens의 배는 쌍동선으로 가운데 그물이 설치되어 있어 위에 앉거나 누워서 갈 수 있었다. 우리도 그물에 누워 바다 바람을 맞으며 지나가는 요트들을 구경했다.  바람이 좋아 예상보다 10분 빠른 1시간 20분 만에 ..

브르타뉴 - 키브롱 Quiberon

아이들에게 이번 여행의 목적은 갯벌 생물들을 잡는 것이다. 브르타뉴의 바다는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썰물 때 해변에 나가면 게, 새우, 불가사리, 소라게, 망둥어 등 많은 동물들을 볼 수 있다. 키브롱 반도의 끝 Kergalek 해안은 바위해변과 모래사장이 같이 있어서 아이들이 놀기 딱 좋았다. 여행기간에 물때도 딱 맞아서 한낮에 물이 빠졌다. 매일 바다에 나가 빠진 바위에서 채집 활동을 하다가 지루해지면 모래사장에서 모래놀이를 했다.  아이들이 손바닥만한 물고기를 잡은 사진을 보고 할머니가 눈먼 물고기가 있었나 보다고 하셨지만 아니다. 노르망디와 브르타뉴의 바다를 섭렵하며 쌓은 노하우와 돌을 몇 개를 뒤집더라도 끝까지 물고기를 쫓아가는 끈기의 결과다.             키브롱에서 차로 30분이면 갈 ..

브르타뉴 - Rochefort-en-Terre

프랑스 사람들에게 노르망디의 바다가 정말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면 옆에서 듣고 있던 브르타뉴 사람이 발끈해서 한마디 한다.  "그건 네가 브르타뉴에 안 가봐서 그래""나 브르타뉴 가봤어. 생말로 Saint-Malo. 정말 예쁘더라.""생말로는 진짜 브르타뉴가 아니야. 행정구역은 브르타뉴지만 사실 노르망디야"이런 반응이 한두 번이 아니다. 브르타뉴 사람들 뿐만 아니라, 파리지앵들도 브르타뉴 바다는 특별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진짜' 브르타뉴의 바다를 찾아가 봤다. 2024년 종전기념일과 예수승천일이 수요일과 목요일에 겹치면서 닷새 연휴가 만들어졌다. 많은 사람이 파리를 떠날 거라 예상해 아침 7시에 집을 나섰지만 이미 늦었다. 파리를 빠져나가는 고속도로에는 차가 가득 찼고, 8시간 만에 달려 첫 번째 목..

노르망디 Cerza 동물원

프랑스 북쪽 노르망디에 위치한 Cerza 동물원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동물원 내부에서 숙박을 할 수 있어서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에게 인기가 많다. 우리 어린이들도 2년 전 처음 가본 뒤 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이번에 다시 한번 다녀왔다. 동물원에 가는 길에 리바로 Livarot 치즈가 만들어지는 리바로에 들러 치즈 공장 견학을 했다.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된 현대식 공장으로 우유를 입고해서 치즈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면서 볼 수 있다. 견학 코스 끝에는 치즈를 시식하고 구매할 수 있는 샵이 있었다. 동네 대표 치즈인 리바로는 향이 너무 강했다. 대신 역시 노르망디의 주요 치즈 중 하나인 퐁 레베크 Pont l'Eveque 치즈와 카망베르 Camembert 치즈를 샀다. Cerza 동물원..

우앙 Oignt

알프스에 스키 휴가를 갔다가 파리로 돌아오는 길에 중간에 고속도로변 호텔에서 하루 숙박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 plus beau village de france 중 하나로 선정된 우앙 Oingnt 에 들렀다 우앙은 보졸레 와인으로 우명한 보졸레 Beaujolais 포도밭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위치해있다. 마을 둘레의 옛 성벽터에 서면 포도밭과 밭 사이 작은 마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포도나무 잎에 단풍이 들어 황금빛으로 물드는 가을에 오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 겨울의 포도나무는 앙상해서 황량한 느낌이 든다. 이날 우앙 방문은 마을 구경보다는 친구를 만나는 목적이 컸다. 마을에서 리옹에 사는 회사 동료의 가족을 만나서 같이 산책을 했다. 중세 시대에 지어진 벽돌집 ..

2023 알프스 스키 여행 - 티뉴 Tignes

프랑스에 온 이후로 아이들 크리스마스 방학 기간마다 스키 여행을 간다. 올해는 알프스에 있는 티뉴 Tignes 스키장에 다녀왔다. Tignes 스키장은 이웃한 발디제르 Val d'Isere 스키장과 묶어서 운영한다. Tignes - Val d'Isere 에는 90개의 리프트와 156개의 슬로프가 있으며, 슬로프의 총 길이가 300km 넘는다고 한다. 시즌 내내 스키를 타도 모든 슬로프를 타보기 힘들만한 규모다. 우리는 일주일 동안 그 중 아주 일부만 가볼 수 있었다. Tignes 스키장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해발고도 때문이었다. 작년 스키 여행 때는 12월 말인데도 날씨가 춥지 않아 눈이 많이 녹고 마지막 날에는 비까지 왔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더 높은 곳에 위치한 스키장을 선택했다. Tignes 스..

오드프랑스 Hauts-de-France - 릴 Lille

시월 들어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낮이 많이 짧아졌다. 프랑스 사람들은 벌써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한다. 춥고, 습하고, 어두운 파리의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가을이 지나가버리기 전에 어디든 떠나야 할 것 같아 북부 프랑스의 중심, 릴 Lille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아침 일찍 잠든 아이들을 차에 태워 출발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자연사박물관 Musée d'Histoire naturelle de Lille. 릴까지 가서 동물 박제와 공룡 뼈를 보는 이유는 순전히 아이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자연사박물관 옆의 공원 Parc Jean-Bapatiste Lebas 에는 대형 놀이터도 있었다. 두 곳에서 오전 내내 즐거운 시간을 보낸 어린이들은 오후 시내 관광 일정에 잘 협조해 주었다. 레퓌블리크 ..

파리 근교 몽모헝시 숲 - Forêt de Montmorency

일요일. 점심을 먹고 귀찮다는 아이들을 억지로 차에 태워서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몽모헝시 숲 Forêt de Montmorency에 갔다. 날씨가 좋아 나들이 온 사람들이 많았다. 중세 시대에 지어진 작은 성, Château De La Chasse 앞 잔디밭에는 피크닉을 나온 사람들이 모여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성을 지나 숲으로 들어갔다. 나무 사이로 바스럭거리는 소리가 자꾸 나서 긴장했는데, 알고 보니 밤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밤 껍데기를 까보니 동글동글 작고 귀여운 알밤이 들어있었다. 아이들에게 발로 밤송이를 까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아이들은 숲을 돌아 다니며 정신없이 밤을 주웠다. 제일 크고 잘 생긴 밤 몇 개를 골라 가방에 넣고 나머지는 다시 숲에 던져놓았다. 야생 동물이 있을 것 같..

낭트 Nantes

포닉에 다녀오는 길에 낭트 Nantes에 들렸다. 낭트는 소설가 쥘베른이 태어난 도시다. 루아르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그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여 세워진 작은 박물관이 있었다. 쥘베른이 19세기에 쓴 작품들은 SF소설의 시초라고 불린다. 대표작인 해저 2만 리와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혔다. 박물관에는 그의 유물과 오래된 책 판본들, 그리고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기계들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쉬다가 저녁 늦게 트램을 타고 구시가지에 나가봤다. 낭트는 주말에는 대중교통이 무료인 대신 구시가지에 차량 통행을 금지했다. 덕분에 여유 있게 골목골목을 돌아볼 수 있었다. 낭트는 행정구역상으로는 Pays de la Loire 지방에 속하지만 브르타뉴 B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