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134

포닉 Pornic

혁명기념일 징검다리 연휴를 이용해 프랑스 서해안의 작은 마을 포닉 Pornic에 다녀왔다. 저녁 늦게 도착해서 항구에 있는 레스토랑에 찾아갔다. 식당 직원들과 손님들이 섞여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작은 레스토랑이었다. 식사를 하는 중에 아내가 옆 테이블 아저씨가 우리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옆 테이블에는 혼자 온 중년의 아저씨가 와인 한 병을 시켜놓고 우아하게 저녁을 먹고 있었다. "음식이 훌륭하네요" 말을 건네자 아저씨가 반가운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독일에 살고 있는 독일인이었다. 매 년 두 번씩 포닉으로 휴가를 온다고 한다. 포닉이 뭐가 그렇게 좋은지 물어보니 술술 나온다. 좋은 레스토랑, 좋은 음식, 친절한 사람들, 와인, 바다, 골프, 수다, 햇살........

노르망디 - 페캉, 에트르타, 르아브르

노르망디의 작은 항구 도시 페캉 Fécamp에 1박 2일 일정으로 출장이 잡혔다. 마침 아이들 여름 방학이 막 시작해서 다 같이 페캉에 가서 주말까지 놀다가 왔다. 노르망디의 바다는 조수간만의 차가 매우 크다. 썰물 때 맞춰서 나가면 갯벌이나 갯바위에서 조개, 게 같은 바다 생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7월의 대서양은 수영을 하기에는 차갑지만 물에 발을 담그고 게를 찾아다니기에는 딱 좋았다. 어린이들은 나흘 내내 아침 저녁으로 바다에 나갔다. 파도를 쫓고, 모래 놀이를 하고, 갯바위의 돌을 뒤집고 다녔다. 20분만 찾아도 손바닥만 한 게를 서너 마리는 잡을 수 있었다. 불가사리, 새우, 작은 물고기까지 원 없이 잡고, 관찰하고, 기록하고, 풀어주었다. 노르망디의 해산물은 파리에 비하면 훨씬 싸고 신선하다..

남프랑스 Sausset-les-Pins 2

여행 셋째 날. 일어나서 거실에 나가보니 다니엘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바게트와 버터, 잼, 요구르트, 올리브를 넣고 올리브 오일을 발라 구운 남프랑스 빵 푸가스 Fougasse 도 있었다. 다니엘을 도와 식탁을 차리고 커피를 내렸다. 이 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어른들은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하며 긴 아침 식사를 하고, 아이들은 책을 읽었다. 다니엘이 손자 장난감이라면서 보드 게임을 내왔다. 본인이 가지고 놀려고 들고 나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오후에는 다니엘과 실비와 마르세유에 가기로 했다. 집에서 계속 얻어 먹기만 해서 마르세유에 가면 우리가 점심을 살 계획이었다. 그런데 실비가 시간이 많이 없으니 크로크 무슈를 대충 해 먹자고 했다. 결국 또 얻어 먹었다. 다 같이 마르세유의 코스케 ..

남프랑스 Sausset-les-Pins 1

회사 동료 다니엘이 예수승천일 3박 4일 연휴 기간 동안 남프랑스의 자기 집으로 우리 가족을 초대해 주었다. 남프랑스의 뜨거운 햇살을 기대했는데 야속하게도 3박 4일 내내 비가 예보되었다. 그리고 예보한 대로 기차가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액상프로방스 역에 내려서 차를 렌트해 다니엘의 집이 있는 Sausset-les-Pins에 갔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작고 예쁜 마을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다니엘과 그의 아내 실비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짐을 풀고 거실로 나오자마자 실비가 물었다. “아이들이 배가 고플 것 같은데 팬케이크 만들어줄까?” 번거로우실 것 같아서 괜찮다고 대답하려는 찰나 아내가 재빨리 감사히 잘 먹겠다고 대답했다. (주방에 반죽이 잔뜩 준비되어 있어. 먹어야 돼.) (아…알..

클로뤼세 성 Château du Clos Lucé

1516년 프랑스의 왕 프랑수아1세와 그의 누이 마르그리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마르그리트가 살던 클로뤼세 성 Château du Clos Lucé 으로 초대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 성에서 죽을 때까지 말년을 보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모나리자, 세례 요한 등 대작들을 완성하고 연구 활동도 계속하였다. ​ 클로뤼세 성을 방문하면 그가 사용하던 작업실을 방문할 수 있다. 작업실은 최근에 복원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그가 작품 활동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성 내부와 정원에는 그가 연구한 다양한 장치들이 전시되어 있다. 정원의 장치들은 아이들이 직접 작동해 볼 수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했다. ​ 클로뤼세 성과 가까운 거리에 앙부아즈 성이 있다. 루아르 강을 내려보고 서있는 예쁜 성이다. ..

프랑스/루아르 2023.01.29

랭스 Reims, 낭시 Nancy

여름휴가로 알자스에 가는 길에 랭스와 낭시에 들렀다. 아침 일찍 자는 아이들을 차에 태워 출발해서 랭스 노트르담 성당에 도착했다. 랭스 노트르담 대성당은 본당의 길이가 138m, 높이 38m로……” 이런 설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길이 138m, 높이 38m 규모의 공간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전에 가봤던 비슷한 규모의 성당도 떠올려본다. 그러면 어느 정도 성당의 크기가 짐작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미리 그림을 그려보고 가도 막상 성당 앞에 서면 그 규모에 깜짝 놀라게 된다. 랭스 대성당은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데도 그랬다. 작년에 왔을 때의 기억이 분명한데도 처음 보는 것처럼 크기에 압도되었다. 낭시에서는 스타니슬라스 광장 Place Stanislas에서 점심을 먹었다. 프랑스의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한..

메츠 대성당 Cathédrale Saint Étienne de Metz

로렌 Lorraine 지방에 있는 공장에 출장을 갔다. 파리에서 TGV를 타고 메츠역에 내려서 차를 빌렸는데 시간이 조금 남아 메츠 대성당 Cathédrale Saint Étienne de Metz에 가봤다. 메츠 대성당을 비롯해서 구시가지의 건물 벽이 모두 노란빛을 띄었다. 로렌 지방의 석회암에는 철성분이 많은데 철이 산화되면서 변색이 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내가 출장을 가는 석유화학 공단도 과거에는 철광석을 사용한 중공업으로 시작이 되었다고 했다. 메츠 대성당은 프랑스에서 3번째로 큰 성당으로 올해 800살이 되었다. 실내 높이가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가본 성당들에 비해 훨씬 높았다. 이렇게 높은 벽을 스테인드글라스가 가득 채우고 있다. 높고 폭이 좁아서인지 실내가 어두웠고 그래서 스테인드글라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 Auvers-Sur-Oise

작년 이맘때 파리에 혼자 살던 시절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갔었다. 반고흐가 생의 마지막을 보낸 작은 마을이다. 마을 뒤로 올라가면 그가 을 그린 밀밭이 있다. 나는 그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밀밭을 봤는데, 회색 구름 아래 거대하게 펼쳐진 노란 물결에 완전히 빨려 들었다. 그 후로 일 년 동안 프랑스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더 큰 밀밭을 수도 없이 많이 봤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오베르 쉬르 우아즈다. 그래서 올해 가족과 다시 가봤다. 노르망디 여행을 가는 길에 들릴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밀이 노랗게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황금 들판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마을에 도착. 입구에 차를 세우고 바로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밀밭이 있어야 할 곳에 옥수수가 있다. 길은 잘못..

아미앵 Amiens

피카르디는 피카르디라고 불러야 피카르디 같단 말이죠. 피카르디랑 노르파드팔레를 합치고 이름을 오드프랑스로 이름을 바꾸다니 말이 됩니까? 이렇게 통합할 거면 그냥 프랑스를 북주 중주 남주 세 개로 나누지 그래요? 그리고 이름이 오드프랑스 (프랑스의 위라는 뜻)가 뭡니까? 그럼 벨기에는 뭐가 됩니까? 오드오드프랑스예요? 네덜란드는 오드오드오드 프랑스예요? 피카르디가 없어졌으니 나는 이제 집에 어떻게 가죠? 넷플릭스에서 프랑스 코미디언 대니 분의 쇼를 보고 피카르디에 가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아이들 방학을 이용해 옛 피카르디의 수도인 아미앵에 가봤다. 아미앵에 도착하자마자 아미앵 대성당이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 차 안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집에서 싸 온 김밥이다. 코로나 때문에 레스토랑이 문을 열지 않..

지앙 Gien, 바르비종 Barbizon

결혼할 때 샀던 커피잔 세트를 전부 깨 먹고 짝도 맞지 않는 머그잔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저녁을 먹고 나면 빨리 치우고 아이들을 재워야 하니 예쁜 커피잔에 담고 씻고 할 여유가 없기도 했다. 이제 아이들도 좀 커서 여유도 생겨서 커피잔을 새로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침 루아르 강변에 있는 지앙 Gien이라는 마을에 가면 프랑스 그릇 브랜드 지앙의 아울렛에 있다고 해서 소풍 겸 가봤다. 파리에서 지앙까지는 차로 2시간 정도 걸렸다. 그릇을 여기저기 수북하게 쌓아놓고 파는 본격 아울렛이었다. 그런데 분위기와는 달리 가격은 싸지 않았다. 정가가 비싸서 할인을 한 가격도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오히려 비싸서 다행인지도 모른다. 사고 싶은 것은 너무너무 많아서 가격이 부담되지 않았으면 잔뜩 들고 왔을지도 모..